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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예금 좀...." 은행 지점장들, 식당,병원 찾아 굽실

작성자 : 김영성  /  등록일 : 2012.12.27 (08:53)  /  조회 : 2,813

입력 : 2012.12.24 03:07

年 3% 금리 정기예금에 비해 수시 입출금 통장은 年 0.1% 수익 높이려 사활 건 유치전
전체 예금 중 저원가성 예금 美는 72%… 국내는 20% 남짓, 은행 체력 위해선 비중 높여야

하나은행 고대지점 이상숙 지점장은 최근 두 달 동안 어느 식당 사장에게 거의 매일 눈도장을 찍었다.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서 명함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안면을 텄다. 밥값이 수십만원 나오는 고객 접대나 지점 회식도 이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. 그때마다 사장에게 술 한 잔씩 따르며 친분을 쌓았다. 지점장은 속셈이 있었다.

"수시 입출금 통장 거래 트려고 그런 거죠. 이 식당에 카드 매출로 입금되는 돈만 한 달에 3000만원입니다. 은행 입장에서는 연 0.1% 금리만 주고 값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원가절감이 되잖아요. 요즘처럼 은행이 대출 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에선 이렇게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수밖에 없죠."

하나은행 고대지점이 올해 수시 입출금 통장 거래를 새로 뚫은 식당이 70여곳에 이른다. 월평균 입금액이 300만원이니, 이 식당들을 통해 저금리로 조달하는 돈이 연간 25억원이 넘는다. 국민은행 오장동지점 김용수 지점장은 전국을 돌아다닌다. 각 지역의 대학교, 대형 병원, 기업체에서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. 올 상반기에만 경기도 소재 대학 2곳을 새 고객으로 잡았다. 신입생 입학금, 재학생 등록금, 교직원 급여가 입금되는 수시 입출금 통장에 월평균 10억원 정도를 받게 됐다. 김 지점장은 "저원가성 예금 고객만 있으면 독도까지라도 가겠다"고 말했다.

"저금리시대, 저원가성 예금 늘려라"

고객에게 연 0.1% 금리를 주는 수시 입출금 통장을 은행에서는 '저원가성 예금(LCF·low cost funding)'이라고 부른다. 연 3% 정도의 금리를 줘야 하는 정기예금에 비교하면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효자 상품이다. 수시 입출금이라 개별 통장에선 수시로 돈이 빠져나가지만, 은행 전체로는 잔액이 일정 규모로 유지돼 안정적으로 자금 운용을 하고 수익을 남길 수 있다.

저원가성 예금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중요성이 더 커진다. 대출 금리를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은행의 수익이 나빠지기 때문이다.

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율(NIM)은 작년 1분기부터 계속 떨어져 올 3분기에는 2.06%에 그쳤다. 이런 추세라면 곧 2%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하고 있다.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지 못하면 순이자마진율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.

시중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저원가성 예금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.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저원가성 예금 확대 태스크포스(TF)를 구성했다. 김종준 행장이 "저원가성 예금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저금리 시대에 수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"며 직원들을 직접 독려해 왔다. 11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13조2430억원으로 연초 대비 5.3% 증가했다.

우리은행도 올 들어 저원가성 예금 규모를 1조6725억원(3.2%) 키웠다.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"대출 금리 할인 경쟁에서 이기려면 저원가성 예금이 많아야 한다"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. 조달 금리가 낮아야 대출 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.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올 들어 3% 늘어나며 58조7383억원을 기록,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.

금융연구원 서정호 금융산업연구실장은 "저원가성 예금을 늘려 조달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은행의 수익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"이라며 "은행이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예상 못 한 위기가 닥쳤을 때 방어할 수 없게 된다"고 말했다.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체 예금 중 저원가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% 수준으로 미국(72%)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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